무식한게 아니라, 보지 못해서...

2019. 7. 20. 11:29산(山)/암자, 사찰 순례

도봉산 다락능선 턱밑에 있는 '은석암'에 들어서니 내 눈을 확 사로잡는것이 있었다. 길게 솟아오른 줄기 끝에 달려있는 노오란 꽃들이었다. 암자에서 기르는 각종 채소와 야채들이 있는 텃밭 한켠에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노오란 꽃들이 모여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텃밭에 있는걸 보니 무슨 채소의 꽃인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궁금해 하면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스님이 "꽃 좋아하세요?" 하시며 말을 걸어 오셨다. 인사를 드리며 "무슨 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하니 스님이 '배추꽃'이라고 일러 주셨다. 밑둥의 큼직한 잎들이 배추 같기는 했는데 긴 줄기와 잎들이 마치 열무 같기도 하고 노란 꽃이 피어있으니 배추라고 자신있게 확신을 못 가졌다. 배추꽃은 흰것만 봤던것 같아서...

웃으면서 스님께 "제가 무식해서 배추를 먹기만 했지 노란꽃이 이렇게 예쁘게 피는 줄 몰랐습니다." 했더니 스님께서 "무식한게 아니라 보지 못해서 이지요, 보지 못해서요..." 라고 딱 이 두마디만 말씀하시며 하시던 일을 마저 하러 가셨다. '무식한게 아니라 보지 못해서!!!'

예쁜 노란 배추꽃과 함께 얻은 소중한 말씀이었다. 그렇다, 그냥 모른다고 자책하거나 포기하고 있을 필요없다. 관심갖고 찾아보고 익히면 된다. 지레 나는 무식해서 그런 건 잘 모른다고 핑계대고 피할 생각부터 가질 필요는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내가 아는것을 모른다 해서 무식하다고 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해서도 안될것이다. 그들도 보지 못했거나 알아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낮기온이 33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여름햇살 아래 은석암 스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았다. 노오란 배추꽃 덕분에...